EDITOR'S letter
기다림이 크면 기쁨도 크겠지요?
“더위에 어떻게 지내세요?”
2016년 여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씩 건넨 인사말일 겁니다.
여름이니 더운 건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몇 십 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타이틀에서
이미 더위의 강도를 느끼는 긴 여름이었습니다.
입추라는데, 말복이 지났는데, 처서가 되었는데~
평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절기를 따져본 것도 유난히 무더운 이 여름이 절기에 무심한 우리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없어도 절기 앞에는 맥을 못 춘다.” 한여름, 다들 너무 덥다고 한 마디씩 할 때면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말복이 지나고, 처서가 오면 더위는 꺾인다고 ….
정말 신기하게도 할머니의 말처럼 하룻밤 사이에 날씨는 달라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절기도 딱 부러지게 제 역할을 못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여름의 폭염도, 겨울의 폭한도 결국은 인간의 문명이 자초한 것이고 보면 인의적인 것의
반짝임과 황홀함이, 긴 시간 뒤에는 결코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기가 딱딱 들어맞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 할 수는 있지만,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록, 절기는 딱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선풍기가 있고, 에어컨이 있어 견딜만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시원함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 어느 첨단과학의 산물이 모두 다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온기와 바람과 비를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까?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지만, 시간이 가면 이 맹렬한 더위도 꺾일 것이고, 선선한 바람이 찾아오겠지요.
이어서 매서운 추위와 온화한 봄날도.
모든 것에 때가 있음은 자연의 이치 안에서 가장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길고 길었던 여름, 그래서 더 간절히 기다린 가을의 선선함.
가을이 오면 우리는 그만큼 큰 기쁨으로 감사하며, 계절의 충만함을 누릴 수 있을까요?
Editor in Chief 임 미 숙
기다림이 크면 기쁨도 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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