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한 우리
계절 탓인지 “시간이 너무 빨라”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시간이 가는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고 하던데,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까지 ‘시간이 빨리 간다.’고 푸념을 하곤 합니다.
물론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저희가 자랄 때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손목에 시계를 차고 노는 것이 아니니 밖에서 한참을 놀다가
배가 출출해지거나 해질 무렵이 되면 집에 들어갔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시간을 알리는 장치가 너무 많습니다.
시계보다 더 정확한 핸드폰이 손에서 떠나지 않고, 국내 정세는 물론 세계의 뉴스거리가 맘만 먹으면
손안에서 알려줍니다. 각종 매스컴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한발 앞서 얘기해주고, 그래서 우리는
한발 앞서 계절을 준비하게 되곤 합니다. 저는 이런 변화가 시간을 빨리 간다고 느끼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동일하겠지만 체감의 속도는
무척 빨라졌고, 그래서 우리는 한결같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말을 달고 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의 변화를 그야말로 ‘확’ 바꿔버린 디지털 시대.
‘발전’이라는 의미에서 너무 좋은 것이겠지만, 가끔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하고 이 시대의 변화가 안겨주는 ‘정보’ 속에 함몰되고 있는 건 아닌지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가을입니다, 그리고 곧 겨울이 오겠지요.
지하철에서도, 거리에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 한번 들어 주변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그거 보지 않아도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고,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해서 무슨 뾰족한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닐 겁니다.
이 계절이 주는 ‘멋’과 ‘감정’에 푹 빠져보면 어떨까요.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우리에게는 ‘멍 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복잡한 많은 것들에 빠져들지 않는다면, 시간의 흐름도 느끼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Editor in Chief 임 미 숙
[더웨딩 매거진 11·12월호 / 2016 NO.63] 을 마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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