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斷想
가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은 감성적이 되는,
감정앓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하듯
그 무덤덤해 보이던 남자들도
제안의 감정선이 움직이는 것을
감지하는 계절이니까요.
아마도, 나뭇잎이 물들고 떨어지고,
한 해가 저문다는, 그렇게
또 한 해가 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밀려들기 때문인
까닭도 있을 겁니다.
문득,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 구절이 떠오르는 것도
가을 무렵인 것 같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재,
정말 아득한 옛것 같은데,
사실, 불과 30년 전만해도
여전히 일반서민들의
가장 든든한 겨울준비 품목
이었습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는
연탄 가득 광에 쌓아놓는
것만큼 배부르고 따뜻한 것이
없다며 겨울준비를 그렇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옛것, 타임캡슐, 박물관에나
존재해야 하는 지난 유물 같은
존재지만요.
한국이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것을 이 작은 연탄재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수십년에서 백년의
간극을 가지고 서서히 단계를
밟았던 발전을 단 한 세대만에,
성큼성큼 건너뛰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경제발전, 잘살기 그리고 돈많이 벌기,
국가주도의 발전 구호는
개개인의 마음에 스폰지처럼
스며들었고,
언제부턴가 ‘돈’은 최고의
가치가 되었습니다.
‘건물주되기’가 초등학생의
미래 희망 1순위라는 씁쓸한 현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얘기를 듣고
자랐으니, 결국 어른들의 교육의
효과임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추위는 부족, 그리고 결핍, 돌봄
이라는 단어를 연상케합니다.
주변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살다가, 가을이
깊어갈수록 문득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은
추위에 더 힘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 대한
작은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이니까요.
유난히 추울 거라는
올 겨울, 한 장의 연탄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차가운 손 데워줄 수 있는
잠깐의 장작불이라도 되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Editor in Chief 임미숙
by 더 웨딩매거진/노블메리지 (Letter of Editor in Chi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