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웨딩 2018년7·8월호 편집장의 글) EDITOR’S letter
기분 좋은 상상들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 서로 너무나 멀어서 가까이 하기 힘들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숨가쁘게 이어진 날들…. “정치적인 문제야”라고 외면한 사람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안겨준 세기의 사건이었음에는 분명합니다. 분단의 선을 마주하며 서로를 보면서도 남과 북은 너무나 멀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분단의 선, 그 하나로 구분된 너무나 가까운 거리, 그리고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남과 북이 심리적인 거리였지, 결코 먼 거리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철도가 놓이고, 민간교류가 활발해지고, 현재보다 많이 저렴한 가격에 가스를 사용할 수 있고,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거쳐 영국에까지 갈 수 있다는 등등. 비현실적으로 들릴 이런 일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무엇보다, 고립된 섬 같은 나라가 아닌 대륙에 속한 나라라는 인식은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꽤 큰 걸음으로 걸어 나가는 남북의 문제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혹시 언제 어떻게 어긋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가슴 조미는 염려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국민의 상당수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태생적으로 세포마디마디마다 새겨놓았던 분단된 나라, 그리고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그 인식이 뿌리 깊은 탓도 있을 것이고, 결코 남한과 북한이라는 당사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또 다른 세력이 있다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움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의지가 강하다면, 그리고 신뢰할 수 있다면 사람사이만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의기투합해서 뭔가를 이루어내는 존재도 없을 겁니다. 가치관은 많이 틀릴지라도 큰 틀에서 보면 사람 사는 건 모두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언어가 통하는데, 다른 부분은 조금씩 맞춰 가면 되지 않을까? 아직 아늑한 일일지 모르지만 상상 속에서 뭔가를 자꾸 그려봅니다. 평양에 가서 웨딩촬영을 하고 웨딩페어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북한의 예비신부들은 어떤 스타일의 드레스를 좋아할까? 아무래도 우리가 많이 앞서 있으니까 한국디자이너들의 드레스를 북한 예비신부들이 선호하지 않을까? 지금, 웨딩업체가 다 힘들다고 하는데, 웨딩업계에 도움이 될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 등등….
Editor in Chief 임 미 숙
by 임미숙(Editor in Chief) / 노블메리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