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다름과 틀림
사람이 사는 곳에는 항상 갈등이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다르고, 보는 관점, 가치관, 그리고 환경 등, 열이면 열 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다름과 틀림’은 다르다”, 자주 들어온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에 열에 여덟아홉은 수긍을 합니다. 이 차이만 받아들여도 큰 갈등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여전히 ‘갈등’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열 손가락이 다 다르고, 우리 신체의 각 기관이 다 다르고, 하지만 이 다름이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습니다. 각자 자기의 기능을 하는 한에는 말이지요. 그러나 어느 한 기관이라도 자신의 기능에서 이탈하거나 멈추면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요.
사람간의 갈등은 내가 상대방보다 손해 보는 것 같음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측량은 아무래도 물질적인 것이 가장 클 것이고, 인격적인 문제도 큰 요인이 될 겁니다. 그런데, 잠깐 생각을 가다듬고 보면, 아주 뚜렷한 틀림이 아닌 한, ‘다름’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음에서 출발하는 일들도 상당히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자vs남자, 어른vs아이, 학생vs선생, 사장vs직원, 선배vs후배, 판매자vs구매자, 아내vs남편, 부모vs자식, 아들vs딸, 기혼vs미혼, 합격생vs낙방생, 취업자vs미취업자,… 수없이 많은 대칭의 관계. 하지만 이 대칭이 대립의 관계가 아님은 누구보다 우리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의 감정이 클 때는 너무나 다정한 연인 혹은 부부도 뭔가 틀어지면 ‘미워, 보기 싫어, 원수 같아’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리곤 이내 언제 그랬나 싶게 다시 웃음으로 마주보는 사이.
갈등은 대체로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부채질을 하면 서서히 불씨가 일어나서 갈등이 커지기도 하고, 누군가 차분하게 얘기를 들어주고 카운슬링을 해주면 그냥 사그라지기도 합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현상을 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카운슬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ditor in Chief 임 미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