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3·4월호 편집장의 글) EDITOR’S letter
"비움의 미학"
휴일 아침, 텅 빈 도로를 본 적이 있나요?
한적함이 주는 편안함.
저는 휴일 아침이면, 창밖을 내다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차들로 밀리는 도로가 한산하게 비어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힐링을 느낍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우리의 시각과 청각 그리고
마음 속 생각까지 뭔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무리 좀 여유롭게 살아야지 하면서 다짐을 해봐도 늘 서두르게 되는 출근길의
분주함에서 우리들의 하루는 이미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되는 지도 모릅니다.
요즘, 라이프 스타일의 트렌드는 미니멀이라고 합니다.
해가 갈수록 집안에는 가구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이런저런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용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집안에는 움직이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뭔가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달게 되지요.
큰 맘 먹고 샀지만 딱히 사용하지 않는 그러나 버리기 아까운 것들….
아마도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활 모습인 것 같습니다.
꽉 참이 주는 답답함과 여유 없음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간소하게 딱 필요한 것만 갖고 공간을 여유롭게 하자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이 트렌드가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비움은 단지 보이는 공간의 물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갈등의 불을 지피는 생각들…, 이 생각의 비움이야말로
현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필요한 것.
아마도 생각의 비움은 내 삶의 자존감과 철학의 내재 안에서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닌, 사는 주체로서의 나에게 나는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내가 나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당연한 의무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ditor in Chief 임 미 숙
by 임미숙(Editor in Chief) / 노블메리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