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바짝 마른 담쟁이 줄기'
새삼, 계절의 흐름을 상기해보는 시간이 길어지곤 합니다.
아침, 저녁, 아직은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메마른 가지는 여전히 생명을 잃은 듯 거무스름한 빛을 띠고 있지만,
지난 밤 내린 봄비에 혹여 물이 오르지는 않았는지 유심히 살피는 날들이 많습니다.
정말 간밤에 내린 짧은 빗방울이 마치 마법을 걸 듯
나무줄기에 파르스름한 생명의 길을 튼 것 같다는, 혼자만의 억지도 부려봅니다.
거친 돌담을 흔적도 없이 덮어버리는 담쟁이덩굴.
제철이 되기만 하면 하루가 다르게 성큼성큼 키를 올리는 담쟁이덩굴.
하지만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되면 담쟁이덩굴만큼 초라하게
담벼락에 엉겨 붙어 있는 생명체도 없을 듯 합니다.
혹시 그 바짝 말라 그야말로 비틀어진 담쟁이덩굴을 만져 본적이 있나요?
외마디 아픔을 내뱉을 틈도 없이 그냥 가루처럼 바스러지는 가냘픈 줄기.
하지만, 봄이 오고 따스한 햇볕과 빗줄기가 내리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얻고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펴는 담쟁이덩굴.
많이 춥고 힘겨웠던 지난 겨울, 어느덧 매화 꽃망울이 터지고, 조만간 목련도
그 찬란한 꽃망울을 활짝 열겠지요.
그리고 볕바른 어느 담벼락에는 볼품없이 말라 비틀어져 있던 담쟁이덩굴에
생기가 돋고 파릇파릇 잎사귀를 내며 하루가 다르게 한 뼘 한 뼘 뻗어나가겠지요.
그곳에 언제 거친 돌담이 있었나 싶게 온통 건물을 통째로 덮어버리는,
무한한 생명의 힘을 보여주는 담쟁이덩굴.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그 푸른 그늘막이 한 없이 그리워집니다.
Editor in Chief 임 미 숙
[더웨딩 매거진 3·4월호 / 2017 NO.65]를 마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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