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좁은 골목, 나지막한 지붕이 주는 위안
2G, 3G, 4G(LTE)를 지나 더 빠른 속도
그 이상을 알리는 5G시대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터치 하나로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을
뚝딱 해결해주는 요술방망이 같은
디지털 세상은,
‘내 손 안에 작은 세계가 아닌,
내 손 안에 전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단순히 빠르고, 동영상으로 입체적인
세상을 대할 수 있다는 그 이상의
획기적인 혁신의 세상이
열릴 거라고 하니까요.
여전히 이 빠른 디지털 시대의
진화가 낯설고 불편하지만,
동 시대를 사는 생활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 시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은 더디고 무거운 게
현실입니다.
따스한 봄 햇살에 이끌려
익선동으로 외출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침 휴일이라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사람들의 어깨를
스치며 걸어야 했던 골목.
불편하기 보다는 사람 사는 곳
같은 북적거림이 어떤 위안을
주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두세 명 무리지어 다니는
복고풍의 차림을 한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좁은 골목 한옥 담장 밑에서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왜 그리 정겨워 보이 던지요.
얼마 전 끝난 어느 드라마의
영향으로 이른바 ‘모던 걸,
모던 보이’ 룩을 연출하고자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곳곳에 아주 다양한 복고풍의
의상을 갖추고 대여해주는 곳이
있는 것을 보니 이 또한 하나의
트렌디인가 봅니다.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 있는 그들도
느끼는 감성에 있어서는 세대 차이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울림 보다는 혼자,
만나서 대화하기 보다는
문자나 카톡으로 얘기 나누기,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공유하기 보다는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거기에 칩거하고자
하는 은둔형’.
요즘 사람들의 삶의 유형을
이렇게 분류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유는 어떻게 보면
일부 현상에 대한 부풀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생활인으로써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 할 뿐,
‘감성’이라는 부분은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는 것들이니까요.
좁은 골목, 다닥다닥 붙은
나지막한 집, 내 자신이 초라하게
움츠러들지 않게 되는
이 수수한 골목이 왠지
그리워집니다.
Editor in Chief 임 미 숙
2019년 5·6월호 by 노블메리지